● 최은순씨 ‘법정구속 대파장’ 종착역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76)씨가 통장 잔고증명 위조 등 혐의와 관련 진행한 2심 재판항소심에서 법정 구속됐다. 지난 7월 21일 의정부지법 제3형사부(이성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선고공판에서 1심과 같은 징역 1년형을 선고한 것이다. 최씨는 지난 2021년 12월 23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지만, 법정 구속되지는 않았다.
최 씨는 이날 항소 기각 판결이 선고되자 억울함을 호소하며 법정에서 소란을 피우다 법원 경위들에 의해 들려 퇴정 당했다. 재판부는 “항소심까지 충분히 방어권이 보장됐으며, 피고인이 죄질이 매우 나빠 재범 위험성이 있고, 도주가 우려되기에 법정구속한다”고 판결취지를 설명했다.
최씨는 지난 2013년 4~10월 경기 성남시 도촌동 토지 매입 과정에서 네 차례에 걸쳐 349억원 가량을 은행에 예치한 것처럼 잔액 증명서를 위조해 사문서 위조 행사 혐의를 받아 기소됐다. 아울러 동업자 안모씨와 공모해 2013년 8월 7일 도촌동 땅 관련 계약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약 100억원의 위조된 잔고증명서를 법원에 제출해 행사한 혐의도 있다.
앞서 올해 1월 19일 수원지법 제2행정부(재판장 양순주)는 최은순씨가 성남시 중원구를 상대로 낸 과징금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법인이 소유한 도촌동 땅의 경우 최씨 의사에 따라 처분되고 매도된 점 등을 고려하면 법인 지분의 처분 권한이 최씨에게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명시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차명 투자를 한 이유에 대해서도 “대출 제한을 회피하려는 의도였다”고 명확히 적었다.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가 경기 성남시 중원구 도촌동 땅의 실소유주라는 사실이 법원 판결을 통해 재확인된 것이다.
한편 최씨는 지난해 2022년 12월 1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23억 원 상당의 요양 급여를 부정하게 수급한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이날 의료법위반과 특정경제범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은순 씨에 대해서 “범행에 가담했다는 것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검사의 증명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한다”라고 밝혔다.
최 씨는 의료 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음에도 동업자들과 요양병원을 개설·운영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난 2013년부터 2년 간 요양급여 22억 9420만 원을 부정하게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동업자 3명은 이미 유죄가 확정된 상태다.
이처럼,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는 끊임없이 김건희 여사와 함께 논란의 중심에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가 통장 잔고 증명 위조 혐의로 법정구속되자 ‘사필귀정’이란 반응을 내놨다. 박성준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법이 살아있음을 보여준 재판부의 판결”라며 윤대통령 처가 의혹에 대한 엄정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의 항소심 법정 구속과 관련해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사법부 판결에는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게 원칙이다. 앞으로 법적으로 잘 다퉈서 대법원판결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언급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공분이 파다하다.
대통령의 친인척이 아니라면 이미 법의 엄중한 처벌을 응당 피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여론의 질타를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궁금증이 더해온다. 최근 이례적 홍수피해가 이상기후의 천재(天災) 못지않게 사전예방 차원의 선제적 대응만 선행되었더라도 그 참혹한 실상을 줄일 수 있었다는 평가이고 보면, 이젠 성난 민심을 달랠 특단의 대책을 서둘려 제시해야 한다.
● ‘양평 공흥지구-고속도로’ 함수관계
지난 6월 12일 수원지검 여주지청은 윤석열 대통령의 처가 비리 의혹인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의혹’ 사건 관련 양평군 공무원 3명만 우선 불구속 기소했다. 함께 송치된 시행사 이에스아이앤디(ESI&D)의 대표이자 윤 대통령의 처남 김씨 등 시행사 관계자 5명은 기소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은 양평군이 기간 내 사업을 만료하지 않은 윤 대통령 처가 회사에 부당하게 사업 기간을 연장해 주고 798억원의 분양 실적에도 개발부담금을 한 푼도 부과·납부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공무원 3명은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 준공기한을 ‘2014년 11월’에서 ‘2016년 6월’로 임의 변경한 혐의를 받는다. 준공기한 변경은 ‘중대한’ 사항에 해당함에도 ‘경미한’ 것처럼 보고서를 허위 작성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김건희 여사 일가가 공흥지구에 아파트 1채와 상가 6채를 보유 중인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다. 아파트 1채는 가족회사 명의, 아파트 상가 6채는 김 여사의 남동생 김 모 씨의 명의로 파악된다. 공교롭게도 공흥지구에 특혜를 준 혐의로 기소된 양평군 공무원이, 최근 논란이 된 서울-양평고속도로 변경안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사람과 동일 인물인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처럼,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이 확산하면서 김건희 여사 일가를 둘러싼 ‘처가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런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7월 5일 ‘김건희 고속도로 게이트TF’ 출범을 공식화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김건희 여사 일가 부동산 특혜 의혹’을 아예 부인하면서 서울-양평고속도로 건설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선언하자,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조사를 통해 해당 의혹 진상을 밝힐 것을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고 있는 상태다.
● ‘특별감찰관’ 조속히 설치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장모가 상대방에게 사기를 당했다”거나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 준 적이 없다”고 최씨의 결백을 옹호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한 것은 피할 수 없는 실책이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 가족은 감찰의 사각지대에 있다. 여기에서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를 감시할 ‘특별감찰관 자리’가 공석인 것에 여론의 반발이 예사롭지 않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과 배우자의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의 비위를 상시 감찰하기 위해 2014년에 도입됐다. △가명·차명 계약이나 알선·중개 △공기업이나 공직 유관 단체와 수의계약·알선·중개 △인사 관련 등 부정한 청탁 △부당한 금품·향응 수령 △공금 횡령·유용 등이 주요 감찰대상이다.
특별감찰관법 8조는 ‘특별감찰관이 결원된 때에는 결원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임명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여야가 후보 3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은 그 중 한 명을 사흘 이내에 지명해야 한다. 아울러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직속이지만, 직무와 관련해 독립‧중립의 의무를 수반하게 된다. 감찰 과정에 대해 그 누구의 압력 및 개입도 있어선 안 된다는 뜻이다.
특별감찰관제는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특별감찰관 자리는 2016년 9월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사직 처리 이후 현재까지 공석이다.
대통령 일가의 비공식 인맥들이 비선정치와 권력 사유화의 정점에 서면서 공적 시스템 붕괴가 초읽기이다. 윤 대통령이 이권·부패 카르텔 혁파를 주장하면서 주변에 대한 엄정 관리 의지를 피력하지 않는다면 무슨 설득력이 있겠는가. 대통령 가족이라고 해서 치외법권의 영역이 아니기에 국회에 적극 요청해서 특별감찰관을 신속히 임명해야 한다.
현재 대통령 주변을 감시하며 경고음을 보내는 ‘워치도그(watchdog)’는 실종된 상태다. 대통령 권력은 5년이다. 역대 대통령 모두 친인척·측근 비리로 퇴임 전후 무탈하지 못했다. 미연에 차단하지 않으면 비극은 이미 예고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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