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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귀여가혼(男歸女家婚) 친영(親營)제도"
<土 曜 隨 筆> 수필가 이미선, ‘시집살이’
 
수필가 이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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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흔 후반의 우리 세대는 며느리로 시집살이를 많든 적든 설움을 겪은 사람들이 많다.

 
지난주 목요일 모처럼 대학 친구들을 만나고 왔다. 캠퍼스에서 대학 4년의 낭만과 추억을 고스란히 함께 보낸 친구들이다. 친구들 모습이 바로 내 모습으로 비추어졌다. 나이가 들어가니 학창시절 친구들이 참 그립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객지에서 나이 들면서 맘에 맞는 친구들을 만나기 참으로 어려운 일이니 학교 때 친구들이 제일 편하고 스스럼없어 학교 친구들을 자주 만난다.

대학 친구들은 거의 성장한 시기에 가치관이 뚜렷한 나이에 만나서, 서로 주장이나 개성이 있어서 이야기 나누기에 아주 명쾌하다. 그리고 친구들 다 하나같이 가정에 충실하다. 시댁에도 잘하고 착하게 순종하고 사는 것 같다.

그런데 아쉽게도 친구들 둘은 만날 때마다 시집살이에 대한 고충을 털어 놓는데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들이 겪는 시집살이가 다 내가 겪는 것처럼 속상해서 시집살이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즈음은 시대가 바뀌어서 거꾸로 시어머니가 시집살이를 한다는 시대가 되었다지만 진정 그러한지 잘 모르겠다. 요즈음엔 김치를 며느리에게 갖다 주어도 경비실에 맡기는 시어머니가 제일이며, 시어머니가 아들 집을 잘못 찾아오게 월드 메르디앙 같은 영어 이름으로 아파트 이름을 짓는다는 세간에 유행하는 이야기가 재미있게 들린다.

그래도 마흔 후반의 우리 세대는 며느리로 시집살이를 많든 적든 설움을 겪은 사람들이 많다. 친구들 이야기도 들어보면 대단한 시어머니들이 많다. 며느리한테 함부로 언어폭력을 하는 것은 예사이고, 딸은 여행갈 때나 즐거운 일이 있을 때나 부른다. 궂은일은 모두 며느리를 시킨다고 참 힘들다고 한다.

우리 며느리들도 다 친정집에서 곱게 사랑받고 자란 귀한 딸인데, 배려하지 않고  쉽게 함부로 대하는 시부모들이 의외로 많다. 결국 시어머니도 시집와서 수십 년 살면서 그 집안에서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은 것인데도 말이다.

시어머니도 시집와서 다 어려운 일 겪었을 처지로 다 며느리의 마음을  헤아릴 만도 한데 결혼해서 며느리가 들어오면 스트레스를 주며 마음고생을 시킨다. 간혹 좋은 시어머니도 있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다.

시어머니 세대들은 우리 세대보단 더 독하고 매서운 시집살이를 겪었을 텐데 다 알면서 며느리에게 독한 시집살이를 시키는 심리를 무엇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나도 시집살이 했으니 며느리도 똑같이 겪어야 한다는 심리일까? 보통 시집살이 독하게 한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더 힘들게 고생시킨다는 통계가 있다고 한다.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힘들게 하면 남편과의 애정 전선에도 문제가 온다. 아들 부부사랑도 식어진다. 어른이 옆에서 자꾸 힘들게 하면 그 여파가 남편에게 가서 부부사이도 소원해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러니 아들 있는 시어머니들은 나중에 며느리를 얻을 것을 대비해서 지혜롭게 며느리를 대하는 방법을 미리 연구해보면 어떨까 ? 아버지 학교도 있듯이 시어머니 학교 교육도 있으면 좋은데 아직 드문 것  같다,

아들 부부를 행복하게 해주려면 며느리에게 잘해 주어야 한다. 며느리도 내 자식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에 안 드는 면을 보듬어 주고 지혜롭게 며느리를 감싸며 내 집안사람으로 만들면 좋을 것 같다. 난 며느릴 얻으려면 세월이 더 있어야 하지만 후일 얻을 며느리를 그런 마음으로 보듬어 주려 한다.

남편 역할도 중요하다. 친구들도, 남편이 시어머니와 아내 중간에서 역할을 못해서 시어머니편만 드니까 남편이 밉고 마음의 앙금이 생겨서 애정도 없어진다고 한다. 남편도 두 사람 사이에서 잘해야 하고 어른도 역할을 잘해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주위를 보면 지혜로운 어른들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우리 세대가 바로 후발 주자로 아들 며느리 서로 사랑하고 잘 살게 어른 역할을  잘 해야 하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시댁에 처음 시집온 며느리에게 조금만 배려해 주면 며느리가 적응하기에 어려움이 없는데, 처음에 맘에 안 든다고 힘들게 하면  며느리에게 심한 상처를 준다. 처음에 잘해주면 며느리가  시부모  마음을 알고 나중에 시부모가 나이 들어 중병이 걸리거나 힘들 때 잘해준다, 이런 이야기는 주위에서 들은 이야기와 경험한 것을 종합해서 생각한 것들이다.

우리 옛 조상들의 시집살이가 궁금해서 자료를 조사해 봤던 난 무척 놀랐다. 시집살이가 당연히 우리나라의 보수적인 가치관에서 흘러나온 것인줄 알았건만, 오랜 세월동안 제도적인 것에서부터 시집살이가 굳어지고 이루어 진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고구려의 데릴사위에서 유례가 된 남귀여가혼(男歸女家婚) 은고려를 이은 조선의 혼인 풍습이었다. 남귀여가혼은 혼인 후에 남자가 여자 집에 머물러 생활한다. 이것이 조선의 기본적인 풍습이었고 장가간다는 것이 일반적인 말이었다.

이런 예가 있다. 율곡의 어머니 신사임당이 결혼 이십 년인 마흔의 나이에, 율곡과 다른 자식들을 데리고 친정인 강릉을 떠나 시집인 한양으로 올 때 발길이 안 떨어진다는 애절한 한시까지 지은 심정과 정경이 남귀여가혼의 혼인 형태이다.

그러나 유교를 본보기로 삼고 왕권을 강화하려던 조선의 세종은 중국의 결혼제도인 친영제도(親營製度)로 결혼제도를 바꾸려 한다. 친영제도란 지금의 결혼제도처럼 부인이 남편 집에 들어와서 사는 것이다. 세종은 즉위한 지 십칠 년에 본인의 혼인을 친영제도로 치르며 사대부들과 민중들에게 친영을 강요한다. 이것이 시집살이의 기원이라고 한다.

세계에서 제일 과학적이고 창조적인 글자인 한글을 만들고 조선을 번영하게 만든 세종대왕이 이런 제도를 만들어 오늘날 우리를 이렇게 시댁에서 마음고생 시키게 하다니..., 그렇게 많은 업적을 남긴 훌륭한 분이지만 솔직히 인간적으로  편안하게 받아들이기 힘겨웠다.

옛 조상들이 만들고 행한 결혼제도의 후유증으로 현대인들인 우린 아직도 은근히 시집살이를 하고 있지 않은가. 만약에 고려의 결혼제인 남귀여가혼(男歸女家婚)이 지금까지도 이어졌다면 우리는 시댁에서 구속과 설움 없이 맘 편하게 당당하게  살 수 있을 텐데...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예부터 우리 여인들의 시집살이가 내게도 이어져 내려오는 것 같아 가슴이 아리다. 우리 조상의 여인들이 얼마나 심한 모진 시집살이를 겪었을지 미루어 상상이 간다.

요즈음엔 시어머니가 거꾸로 시집살이를 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며느리 시집살이가 일반적인 통념인 우리 사회에서 며느리 시집살이가 점점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자로 태어나 불합리하게 대접 못 받는 것도 서러운데 시집살이까지 겪어야 하는 건지 의구심까지 생긴다.

앞으로 계속 당당한 모습으로 우리 여인들이 여자가 아닌 남자와 똑같은 인간으로 자존감을 지니고  아주 소중한 존재로 우뚝 설 날이 오길 기원한다.



◇ 이미선 프로필

강릉 출생
숙명여자대학교 교육학과 졸업
한국 예총 <예술세계> 수필 등단
한국 수필가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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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9/26 [15:35]  최종편집: ⓒ 투데이리뷰 & 영광뉴스.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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