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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비평> 최이락 ‘풍수사 단상들’
 
최이락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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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사의 딜레마

 

풍수지리컨설팅을 하다 보면 여러 계층의 사람들로부터 의뢰를 받는다. 의뢰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부자들이다. 부자가 된 과정과 처신하는 형태에 따라 분류를 하면 배고픈 부자와 무해무익한 부자로 나눌 수 있다.

 

배고픈 부자는 푼돈도 아껴 쓰고 옷도 기워서 입는다. 고 정주영 회장이 구두 한 켤레를 사면 굽을 갈아가면서 오래 신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배고픈 부자들은 독()하다. 독하다 함은 근면성실하고 헝그리 정신이 몸에 베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면서 일하지 않고 불로소득을 얻는 부류가 생겨나게 되었다. 바로 이들이 무해무익(無害無益)한 부자이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지만 덕도 주지 않는 사람이다.

 

간디가 말한 사회악 중의 하나로 노동이 없는 부(Wealth without work)를 거론한다. 자신의 노력으로 벌어들인 부는 참으로 값진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자가 잘 사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일하지 않고도 잘 사는 사회라면 잘못된 사회임이 분명하다. 간디는 일하지 않고 불로소득을 얻고자 하는 자들 때문에 사회가 타락하게 된다고 보았다.

 

이들은 복권이 당첨되어 부자가 되었거나 보유한 주식이 올라 부자가 된 사람으로 모든 사람의 부러움의 대상이 될 뿐이다. 이런 사람들은 운 좋게 부자가 된 사람들이라 운명과 기복을 철저히 신봉한다. 이러한 부류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죄인은 아니지만 존경의 대상은 아니다.

 

무해무익한 부자들이 풍수컨설팅을 의뢰하는 주 고객이다 보니 풍수사의 날 숨이 길어진다. 가난하고 선한 사람이 눈밝은 풍수사를 만나 발복해야 하는데 정보나 돈이 없어서 비켜가고, 악독하게 돈을 모은 부자는 인맥과 금력을 동원하여 당대 제일가는 풍수사의 컨설팅을 받아서 잘 먹고 잘 사는 것이라면 풍수지리학이 자본주의사회에서 더 이상 효용이 없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풍수지리는 먹고 사는 세속적 가치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인간답게 행복하게 살게하는 것을 소임으로 한다.

 

 

풍수사의 애환

 

풍수지리를 모략의 풍수로 치부하던 때가 있었다. 이씨 조선은 성리학을 모토로 충과 효를 숭상했다. 과거시험중에 잡과에 득과하여 궁궐을 드나들던 사람들 중에 내의원은 현직에서 물러나면 전관예우를 톡톡히 받아 개업할 수 있었고, 왕손이 태어나면 사주를 보거나 왕족의 혼인때에 궁합이나 택일을 해 주던 술사들도 스펙을 쌓아 사대부나 양반들을 대상으로 점술을 봐 줄 수 있었다. 그러나 풍수사는 왕기 서린 터를 근처에 못 가게 억류하는 역차별을 받았다.

 

조선시대에 왕이 붕어(崩御)하면, 즉시 산릉도감이 설치되는데, 태조 이성계나 세종임금처럼 사전에 신후지지를 마련하는 경우는 드물고, 모두 후임 임금이나 신하들에게 맡겨질 수밖에 없었다.

 

중국에서는 절대권력자인 황제가 죽으면 후궁과 함께 풍수사도 순장하여 영원히 명당혈처 비밀을 숨기고자 하였다. 조선시대 초기에도 형식적으로 풍수사를 죽이는 시늉을 하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일제시대에 우리나라에 인물이 나지 못하고 영원히 자기네 속국으로 두기 위해 산천의 정기를 끊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리고 해방 후 먹고 살기에 바빠서 전통문화나 동양의 학문보다는 서구의 학문을 중시하는 풍토가 있었다. 우리의 고유한 정신문화는 덜 세련되고 비과학적이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복덕(福德)을 쌓도록 해야

 

이제는 선출직 공직에 나가려는 사람, 개업을 하려는 한의사, 공장을 확장하려는 사업가, 장사가 잘 돼서 확장 이전하려는 식당 주인, 신규사업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풍수컨설팅 의뢰자의 요구 사항을 보면 모두가 부자 되게 해 달란다. 기복구현의 솔루션이 풍수지리인데 복이 너무 세속화 되어 있다. 복을 재물복에 한정시키고 있다.

 

기본오복(五福)이라고 하여 수(), (),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 )이 있다. 여기에 세속적 욕망인 배우자 복, 자식 복, 관복(官福), 문복(文福), 인복(人福)을 더하여 십 복이 있다.

 

맹자에 천시불여지리(天時不如地理) 지리불여인화(地理不如人和)’라는 유명한 문구가 있다. 하늘의 시운은 땅의 이치만 못하고, 땅의 이치는 사람의 화합만 못하다는 뜻이다. 맹자는 위정자의 선한 의지를 말한 것이지만 세속적으로 풀이하면, 천시는 사주팔자를 말하고 지리는 풍수지리를 일컬으며 인화란 사람의 노력을 얘기한다.

 

▲ 문화평론가 최이락 교수     

풍수지리컨설팅은 복록(福祿)을 많이 받게 할 것이 아니라 복덕(福德)을 쌓도록 해야 한다. 복덕(福德)이 공덕(功德)이 돼야 한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 재능을 발휘하기에 좋은 장소와 터를 구해주고, 재능이 있는 사람이 사회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모든 직업에서 직업윤리를 필요로 하지만 더 요구되는 직업은 전문직이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나 직업 자체의 권한이 사람의 인생과 삶에 영향을 주는 법조계 계통의 직업 등 전문직에 해당되는 직업에서 더 엄격한 직업윤리가 요구된다. 그래서 풍수지리사의 직업명에 스승사()자가 붙는다. 조직과 사람의 운명을 다루는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풍수사는 세속의 명예나 물질로부터 초월하여야 하는 것이 제일 큰 덕목이다. 풍수지리는 도학(道學)이 아니라 술학(術學)이다. 예술, 의술, 과학 등이 술학이다. 여기에서 술학을 하는 사람에 대한 고도의 윤리의식이 요구된다.

 

 

프로필

고려대 평생교육원 교수

K-풍수지리 아카데미원장

지혜로운 학교(U3A) 강사

Human Life Design Center 소장

 


원본 기사 보기:모닝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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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5/20 [00:46]  최종편집: ⓒ 투데이리뷰 & 영광뉴스.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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