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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 냄새! ‘그 향기가 문향과 어우러지면’
<土曜 隨筆> 박종형 ‘잉크의 무게’
 
수필가 박종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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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세계비행하는 시상(詩想)

 

▲  수필가 박종형 

시인을 싣고 미지의 세계를 비행하는 시상(詩想)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한 자궁에 탄생하는 생명에 매이는 일생이라는 무게를 잴 수 없다. 어버이 사랑을 기껏 가장 절실하게 표현해서 하늘과 땅만큼 사랑한다고 할 뿐이다. 우린 그렇게 애매할 경우 측량할 길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 한 편의 수필을 쓰려고 십여 매의 원고지를 메꾸는 잉크의 무게는 어떠한가. 그 어떤 저울로도 잴 수 없는 영혼의 소리에다 갈망의 어의를 입혀 문자화 하는 잉크의 무게를 필자는 느낄 것이다.

 

그러나 필자인들 잉크에 녹아 글자를 모아 문장을 만드는 사연의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하물며 작품에 밴 문향이나 필자의 영혼이 남긴 사유와 고뇌, 희열의 무게를 측량할 길이 없다. 그렇다고 문향이나 글맛이나 읽는 기쁨이나 글이 주는 감동이 무게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실체가 있으니 무게가 없을 수가 없다.

 

독자는 그러한 무게를 나름대로 자기 저울에 달아 느낀다. 그 느낌은 감응과 감동으로 마음에 실린다. 어느 때는 그 무게가 무거워 숲을 떠나지 못하고 강변을 하염없이 걷고 가슴을 짓누르는 그리움에 눈물짓는다.

 

우리의 가슴속엔 저울이 있어 때로는 이심전심으로 전달되는 마음까지 잰다. 그러므로 몇 방울의 잉크로 내 영혼의 사연이나 메시지를 쓴다는 것은 대단한 작업이다. 한 방울의 잉크에 녹아 밴 감동이 수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때면 그 무게는 측량할 길이 없다.

 

 

창작품을 짓는 위대한 역사(役事)

 

그렇다면 잉크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는 작가는 글을 써서는 안 된다. 사유와 고뇌, 감동의 무게가 없는 글이란 영혼이 없는 육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잉크 몇 방울로 밤새워 한 편의 창작품을 지어내는 일은 잉크의 위대한 역사(役事)이다.

 

그 역사는 위대한 영혼의 소리다. 몇 방울의 잉크가 영혼의 갈망을 품어 뭇 영혼의 감응을 불러 일으킨다는 것은 기적 같은 승화다. 그러므로 우리는 잉크를 다룸에 있어 경건해야 한다.

 

내가 등단했을 때 선배 문우가 축하한다며 준 선물이 손때가 묻은 만년필이었다. 아마도 창작의 역정을 꽤나 오래 동안 멀리도 다니며 작가의 사유를 적어냈을 것이다. 만만찮은 노작(勞作) 탓인가 노련미에 닳아 부드러워진 몸체가 처음 손에 쥐는 데도 마치 죽마고우처럼 임의롭다.

 

금빛 펜촉조차 알맞게 길들어 매끄럽게 글자 획을 넘나들고 백설 같은 백지에 다소곳이 나앉은 자체에 밴 잉크가 사유의 포의(胞衣)를 벗으며 내는 잉크 향이 문향에 어우러져 향기롭게 풍긴다.

 

상의를 벗기고 바지를 벗기니 잉크를 담는 장치를 단 심장이 나타난다. 잉크병을 열고 펜촉 흡입구를 깊숙이 집어넣고 흡입기를 살살 돌리자 어지간히도 목 타게 단비를 기다렸던지 쑥쑥 잘도 빨아올려 금방 통을 채운다. 때맞춰 호기심이 달고 온 작의(作意)가 창작무대에서 만년필의 육필과 춤을 추고 싶다고 성화를 바친다.

  

▲ 상의를 벗기고 바지를 벗기니 잉크를 담는 장치를 단 심장이 나타난다   

 

 

펜촉이 춤을 추기 시작하자

 

서둘러 백지 무대로 나간 펜촉이 춤을 추기 시작하자 글자가 술술 나타났는데 아뿔싸 어느 글자는 비뚤비뚤 취한(醉漢) 꼴이고 어느 놈은 획이 굽고 다른 획과 얽혀서 그 형체가 불분명하다.

 

, 비로소 헤아려보니 장장 수십 년 동안이나 볼펜이나 컴퓨터 자판을 사용하였지 만년필을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편의의 종으로 사느라 만년필만이 제공하는 낭만과 매력을 까마득하게 잊고 산 것이다.

 

 

만년필을 사용한다는 것은 볼펜이나 자판기 사용보다 훨씬 번거롭고 성가시다. 잉크를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만년필만이 주는 멋과 장점이 그런 성가심을 툭탁치고도 남는다.

 

우선 만년필은 저고리 안주머니는 물론 겉 작은 주머니에 꽂아도 어색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옛날에는 남성미에 보탬이 된 적도 있다. 우아한 신사에게 잘 어울리는 때가 있는데 서명을 하거나 중요한 메모를 하기 위해 뚜껑을 열고 닫을 때다.

 

중요한 서명을 할 때 만년필 뚜껑을 여는 동안 서명을 해도 좋은지 다시 숙고한다는 신중한 여유란 만년필만이 가지고 있는 미덕이다.

 

원고지를 메꾸는 작가가 만년필을 사용해 짓는 육필원고는 집필 통을 흔적으로 남겨 자판을 두들겨 만든 원고의 깔끔하게 성형한 모습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감과 친근감을 준다. 작가의 숨결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것이다.

 

그런 작품의 무게가 잉크의 무게 때문에 훨씬 더 중후하고 값지게 느껴진다고 하면 과장일는지 모르겠다.  새삼스럽게 만년필의 육필을 칭찬하고 나서는 것 같아 좀 민망하긴 하지만, 필통에 가득 꽂힌 볼펜에 신경 쓰지 않은 지가 벌써 몇 년이나 지났다. 무엇보다 볼펜보다 만년필 글씨가 더 선명해 좋다.

 

그리고 글씨를 쓰는데 힘이 덜 들어 좋다. 써 놓고 보면 만년필의 육필이 훨씬 우아하고 중후해 보인다. 특히 서명하는 경우 그러하다.

 

한데 왜 현대인은 만년필 사용을 선호하지 않는 것인가. 잉크 충전이 귀찮아서인가, 사용상의 번거로움 때문인가 아니면 값이 비싼 탓일까. 그 모든 조건이 유리한 고급 옷을 입은 볼펜의 등장 때문인가 모르겠다. 잉크병을 열고 특유의 냄새를 맡아본다. 은근히 냄새가 좋다. 그 향기가 문향과 어우러지면 아주 독특한 향기를 풍길 것이다.

 

 

프로필

충북 청주시 출생

경희대 정외과 졸업

조선일보 기자

범양냉방공업 대표 역임  

(著書)

하느님, 이런 이들을 축복하소서

백수에서 벤처기업가로

 

 

 


원본 기사 보기:모닝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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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9/10 [01:28]  최종편집: ⓒ 투데이리뷰 & 영광뉴스.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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