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로고
광고
편집  2021.09.23 [02:16]
전체기사  
관광·문화
회원약관
청소년 보호정책
회사소개
광고/제휴 안내
기사제보
HOME > 관광·문화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연재소설> ‘작가 朴又木’ 혈맥(血脈) 2부 ‘묘예들의 해후’<40회>
 

부행신(浮行神)(40)

 

하룻밤에 쌓는 성이라는 의미 아닌가요?

 

▲ 작가 朴又木     

그가 떠난 후 참가객들은 한동안 그와의 면담내용을 가지고 설왕설래했다. 누구는 그의 합리적인 소신을 듣고 감동했다고 하고, 누구는 그의 설명을 빌리건대 현재로서는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고 했다.

 

이구동성으로 그가 신뢰할만한 학자인 것 같다는 데는 모두 동감이었다.

 

그러나 그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어서 앞으로 일의 원만한 진척을 위해서는 자신들이 언동을 조심해야 할 것인데 그것이 그를 완전히 신뢰하고 무조건 따라간다는 것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특히 나카가와의 경우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를 자기들 뜻대로 조종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고 여의치 못할 때는 강압적인 수단이라도 동원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게 히노쿠마존황회의 요구라고 토를 달았다.

 

그날 모임의 마지막 성과는 히라타 교수의 권유로 저들이 모두 다음날 있을 김 교수의 세미나에 참석하게 된 일이었다. 이 모임 때문에 세미나에 <히노쿠마의 전사>라는 대학생 극우단체가 등장하게 되었다.

 

그 단체의 규슈지역 총책은 다케나가 노부시로 야쿠자 명화회의 보스 헤이케 회장의 처남이었다. 그는 열렬한 천황숭배자로 야쿠자의 냉혈한 행동대원조차 혀를 내두를 만큼 극렬한 행동을 일삼는 청년이었다.

 

그의 등장은 김 교수에게 불길한 조짐이었고 후에 저들에겐 불행한 자충수가 된다. 그 사실을 히라타가 예상치 못한 것은 운명이었다.

 

김강민이 야쓰시로에 도착한 시각은 6시경, 곧장 약속장소인 <一夜城>으로 갔다.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유키코가 일어나 그를 맞았다. “안녕하셨어요, 선생님.” “아니 유키코님이 아니십니까.?”

 

정말 반갑습니다. 별고 없으셨지요.” “, 보시다시피 건강합니다. 한데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세미나에 오신다는 소식 듣고 뵙고 싶어 달려왔답니다.”

 

어떻든 이렇게 뵈오니 반갑습니다.” “제가 일방적으로 뵙기를 강청해서 죄송해요. 용서하세요.” “하긴 지금도 목관관련 모임에 불려갔다가 돌아오는 길입니다.”

 

하타카 모임 때문에 지치셨나보군요.” “그렇습니다. 가는 데마다 목간 타령이라 듣기조차 지겹습니다.” 그는 또 그 목간 타령을 듣고 싶지 않다는 심중을 에둘러 내비쳤다.

 

어머, 그런 줄도 모르고 제가 아주 어려운 청을 한 것이군요.” “아닙니다. 실은 그 동안 소식이 없어 궁금해 하고 있었습니다.” 그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알겠습니다. 저는 자에는 입도 벙긋하지 않겠습니다.” “벌써 자를 입에 올리셨는데요.” “일견 그렇군요. 하지만 명분이라면 아주 없진 않아요.”

 

? 무슨 뜻인지...” “명분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애정이 있지요. 실은 가고시마중앙역에서 야쓰시로까지 선생님을 모시고 오도록 제가 차를 보냈습니다. 이만하면 명분이 서겠지요?”-

 

, 그렇습니까. 우선 감사드립니다. 한데 그런 부탁을 한 분은 누구신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굳이 그갈 알려고 하세요? ” “감사라도 하려고요.”

 

정 그렇다면 차주인 저에게 히세요. 호호.” “물론입니다. 호의 다시 감사드립니다.” “그럼 오늘의 만남은 하자가 없는 것이에요. 그렇지요?”

 

알겠습니다. 하면, 저를 보자고 한 용건을 듣겠습니다.” “‘자도 입에 올리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오늘은 일야성의 일품요리인 가이세키(懷石: 일본 전통식 정식의 일종)를 대접하며 선생님의 전문분야인 족보에 대한 한담이나 나눌 수 있도록 허락해 주세요.”

 

그런 것이라면 어려울 게 없습니다만.” “아니요. 그런 대접을 받으실 만합니다. 실은 제가 모시고 있는 히노쿠마존황회의 원로께서 히라타 교수님을 시켜 오늘의 하카타 모임을 열게 하셨으니 수고하신 강사께 인사를 차리는 게 마땅하거든요.”

 

그렇다면 좋습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제가 주인한테 특별히 부탁해 목욕하실 수 있는 준비를 시켜놨는데 여독을 풀 겸 하시지요.”

 

그녀의 표정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상냥해서 그가 무심중에 그녀의 눈을 스스럼없이 건너다봤다. 참으로 아름다운 눈이라는 탄성이 일었다. 그리고 조령제에서 행복에 겨워 빛나던 그미의 얼굴이 떠올랐다.

 

왜 그러세요. 제가 또 실언이라도...” “아닙니다. 그리고 목욕은 사양하겠습니다. 시장한데 저녁을 먹게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곧 들여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미가 인터폰으로 저녁상을 들이도록 일렀다. 그리고 잠시 후 술상을 겸한 저녁상이 차려졌다. 그미가 시중을 들려는 여종업원을 보내고 손수 요리를 시작했다.

 

왜 그렇게 보세요. 제가 서툰 솜씨로 요리를 망칠까봐 걱정되시나요?” “이미 화살이 시위를 떠났는데 걱정해서 뭣하게요. 요리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요.”

 

어쨌거나 자유로운 독신자들끼리 만났으니 우리 마음 놓고 건배하시죠.” 그들은 건배하며 동시에 이제 이 술잔을 들어 건배하면 대체 어떤 인연을 따라 가려나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숙명을 생각했다.

 

여기 야쓰시로의 가이세키는 유명해(有名海)에서 잡은 신선한 해물과 야쓰시로 평야에서 거둔 싱싱한 야채로 요리하기 때문에 그 고상한 풍미와 일미로 소문난 요리입니다.”

 

눈이 이렇게 즐거운 것을 보니 오늘 유키코님 덕분에 정말 맛있는 가이세키를 맛보게 되었나 봅니다.” 세 잔 술을 마시고 났을 때 그미의 얼굴이 발그레하니 물들었다. 그가 비로소 찬찬히 그미를 뜯어봤는데 새삼 빼어난 미모에다 기품까지 갖추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미의 눈은 염야한 달빛을 머금은 호수처럼 아름답게 빛났는데 가끔씩 그와 눈이 마주치면 고혹적인 미소를 살그머니 짙은 속눈썹 속으로 감춰 시선을 피하고는 했다. 그럴 때마다 그미는 속으로 이런 만남도 이번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서글픔을 아프게 깨물었다.

 

그미가 시선을 피하는 속내를 알 턱이 없는 그는 그런 그미의 수줍음이 가슴에 따듯한 불씨를 떨어뜨려 타오르게 했다. 그미가 정원으로 무애한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아마도 조금 있으면 달이 뜰 것입니다. 그리고 달빛이 저 유서 깊은 구마천(球磨川)의 물바람과 동무해 이 일야성으로 달려올 것입니다. 혹시 여기 옥호인 일야성이 무슨 의미인지 아시나요?”

 

하룻밤에 쌓는 성이라는 의미 아닌가요?” “그건 만리장성으로 알고 있는데요. 호호.” “그렇게 되나요. 어떻든 사랑하는 사람끼리 만이 쌓을 수 있는 성이지요.” “건배한 사이인데 이제부턴 선생님 대신 강민씨라고 부르고 싶어요. 괜찮죠?”

 

그럼요.” “저는 이곳 일야성으로 들어설 때 구마강 남쪽 하구에 있는 가메바네’(龜彈 구탄)를 생각했습니다.” “거긴 옛날에 거북이나루터라고 하던 데가 아닙니까? 왜 하필이면 그런 곳을 떠올렸습니까?”

 

아주 먼 옛날, 한반도의 가라국에서 수천 명의 갓파들이 도쿠노후치라는 그 나루터로 상륙했었지요.” 갓파(河童 하동)의 원어는 가라국의 가라(加羅)로 하동은 가라국사람 젊은이를 의미했다

 

갓파들이 상륙했을 때 야쓰시로에 살고 있던 주민들은 그 나루터로 몰려가 두려운 마음으로 낯선 저들의 상륙을 지켜봤지요. 과연 그 갓파 무리는 침입자인가 아니면 풍요의 사신인 아니마들인가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쪽으로 판가름이 났나요?” “이상하게도 저의 머리는 침입자라는데 가슴은 행운의 아니마라는군요. 얘들이 왜 갈팡질팡 인가 모르겠어요. 호호.”

 

제가 불행을 안길 일이란 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러게 말에요. 혹시 두 가지를 다 주시려나 모르지요.”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겁니다.”

 

처음 만나는 오늘이 바로 이별의 날이군요. 회자정리라는 게 참으로 허망하군요.” “그래도 자식이 길에서 죽은 아비를 만나도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는 윤회의 무상보다야 훨씬 낫지요. 이렇게 미인과 정감 넘치는 술잔을 기울이고 있잖아요.” “강민씨, 우리 자리를 멋진 데로 옮겨 취하도록 마시면 어때요?”

 

그미는 갑자기 그와 헤어지기가 싫어졌다. 왠지 자꾸 일체의 격의를 훌훌 벗어던지고 그와 밤새도록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그의 홍조를 띤 얼굴과 부드러운 미소, 꾸밈없는 대화에 상쾌한 여름밤의 정취와 둘 다 거리낄 게 없는 객수를 만끽할 수 있다는 낭만 같은 것들이 그미의 가슴을 분홍빛으로 물들여 자꾸 번지고 있는 탓이었다.

 

그건 세타가야의 콧대 높은 미인한테 전에 없던 파격이고, 더구나 조만간에 있을 <히미코(卑彌呼)축제>에 태양의 딸 주인공이 될 귀한 신분에는 마음조차 먹어서는 안 될 부정이었다.

 

용서하십시오. 내일 세미나를 위해 아쉽지만 사양하렵니다.” “어쩜 단박에 거절하시는군요.”

 

그미가 술잔을 힘없이 내려다봤다. “서운하셨으면 용서하십시오.” “아닙니다. 제가 자존심도 없이 과욕을 부렸나 봐요.” “이렇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답례도 할 겸해서 내일 세미나 끝난 후에 좋은 곳으로 드라이브를 가주시면 제가 저녁을 사는 게.”

 

어머 정말이세요? 좋아요. 제가 내일 아주 멋진 곳으로 안내해 그간에 쌓인 여독을 말끔히 풀게 해 드리겠어요.” 그미가 금방 시무룩했던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며 환영했다.

 

그를 택시로 떠나보내며 그미는 영원히 오지 않을 내일만은 자신이 태양의 딸의 가면을 쓰지 않고 가슴이 뜨거운 여자로 함께 지내리라 결심했다.

 


원본 기사 보기:모닝선데이

광고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밴드 밴드 구글+ 구글+
기사입력: 2021/07/06 [23:37]  최종편집: ⓒ 투데이리뷰 & 영광뉴스.com
 
영광전남뉴스 영어 - translate.google.com/translate?hl=en&sl=ko&tl=en&u=http%3A%2F%2Ftodayreview.co.kr&sandbox=1
영광전남뉴스 일어 - jptrans.naver.net/webtrans.php/korean/todayreview.co.kr
영광전남뉴스 중어(번체) - translate.google.com/translate?hl=ko&sl=ko&tl=zh-TW&u=http%3A%2F%2Ftodayreview.co.kr&sandbox=1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관련하여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 글을 게시하고자 할 경우에는 '실명인증' 후 게시물을 등록하셔야 합니다. 실명확인이 되지 않은 선거관련 지지·반대 게시물은 선관위의 요청 또는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 본 실명확인 서비스는 선거운동기간(2018-05-31~2018-06-12)에만 제공됩니다.
일반 의견은 실명인증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제목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약동의 중국경제! ‘현실과 미래’ 냉철 조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인류 구속사 ‘유대인의 3대 절기’(上篇) / 피터 킹
김대중 대통령 재임기간 모든것 총력해부 / 박성민기자
최정원지음 ‘허준할매 건강솔루션’ / 소정현기자
혈압의 정상 기준 얼마일까? 고혈압(하편) / 정상연 / 대한한의원
"새살 돋기 전 딱지 떨어지면 흉터 남아" / 헬쓰 & 뷰티
우! 아! ‘이진탕의 신묘한 효능’ / 정상연 한의사
옛 레바논의 영광 ‘두로와 시돈’(상편) / 소정현기자
척추디스크 "배변장애 · 위장질환 유발" / 문옥경 리포터 / 헬쓰 & 뷰티
(주)제이에이치사이언스 조준현 대표 / 소정현기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회원약관청소년 보호정책 회사소개광고/제휴 안내기사제보보도자료기사검색
로고 발행인·편집인 蘇晶炫, 발행소:영광군 영광읍 옥당로 233-12, 청소년보호책임자 소정현, 등록번호 전남 아00256, 등록일자 2014.09.22, TEL 061-352-7629, FAX 0505-116-8642 Copyright 2014 영광(전남) 뉴스 All right reserved. Contact oilgas@hanmail.net for more information. 영광(전남) 뉴스에 실린 내용 중 칼럼-제휴기사 등 일부 내용은 본지의 공식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영광(전님) 뉴스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본지는 신문윤리강령 및 실천강령을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