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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 가득 후두둑…이를 어쩌나?”
(POET VIEW) 林 森 눈물 콧물, 빗물
 
림삼 /시인

 

 

 

눈물 콧물, 빗물 

 

  

▲ pixbay.com    

 

산 길 가다가

 

별안간 빗방울 줄기지어

파다닥 후두둑, 이를 어쩌나?

옷 젖을세라

종종걸음 총총, 소름 오싹 돋는데

 

돌연 솟구쳐오르는 풀숲가

흙 내음 뭉클뭉클 질펀한 산 길

내 옛 내음

나 어린 고향의 내음,

땅속 깊이 숨겨둔 추억

빗물 스미어 찾아낸 고향 산 길

 

아무 일 없는 양 너스레떨다가

뉘 볼까 슬몃 쪼그려앉아

새끼손가락 살짝 흙 묻혀

혀 끝에 대어보니

 

언뜻 되살아나는 동심

쌉쏘롬한 흙 맛

내 어린 시절

나 아련한 고향의 맛

 

속눈썹 휘날리며 뛰돌던 산 길

가고파라, 돌아가고파라

그리로 되돌아가고파

 

눈물 콧물 범벅된 얼굴 들어

비 내리는 하늘 올려다보니

빗물 가득 펼쳐지는 그림 그림 그림들

내 어린 고향 내음, 고향 맛,

고향의 그 산 길

내 산 길

 

 

 

詩作 note

벌써 9월이 시작되었다. 가을 냄새가 온 누리에 들어차고 있다. 고향이 많이도 생각나는 계절이 찾아왔다. 필자의 고향은 강원도의 한 시골이다. 지금은 그곳도 온통 개발이 되는 통에 고향 마을은 통째로 사라지고 대신 이런 저런 건물과 시설물들이 즐비하니 늘어선 폼이, 어설픈 얼치기 발전의 모양새를 띄고 있어서, 모처럼 찾아가보아도 반겨주는 고향 정취는 일절 없지만, 그래도 이따금 못 견디게 고향이 그리워지면 나도 모르게 운전대를 잡고 그 사라진 고향을 찾곤 한다. 그리고 그곳에 머무는 동안에는 추억의 언저리에 빠져드는 듯 하여, 눈을 감고 옛 시절을 회상하다보면 신기할 정도로 어린 시절의 많은 일들이 선명하게 되새김되어 떠오른다.

 

이미 한 갑자나 흘러간 세월의 잔 기억들이 솔솔 밥 짓는 연기처럼 솟아나면, 필자는 한동안 우두망찰 그 자리에 머무르면서 동심을 소중하게 가꾸고 엮어서 작품을 빚어보곤 한다. 힘겹고 버거운 삶의 여정이 희석되어지고, 왠지 모르게 누군가가 큰 손으로 쓰다듬어주는 손길을 느끼며 다시금 힘을 내어 일상의 자리로 돌아오고 하는, 그렇게 흔치는 않은 오래 된 버릇이 있음이다. 예컨대 시골에 고향이라는 이름을 두고 있는 이들의 특권이리라.

 

그리고 이 맘 때면, 가을이 영그는 길목에 설 적이면, 유난스레 고향 생각이 간절하다. 비록 옛 모습은 사라지고 없지만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설레임과 그리움을 뭉클 피워올리게 만들기에 부족함 없는, 넉넉한 품이 절실하게 생각나며 필자의 마음은 어느새 총총 고향으로 향한다. 그렇게 떠오르는 고향의 그림 속에는 여전히 조봇한 시골길과 졸졸 흐르는 도랑물, 분주한 물방개와 소금장수의 뜀박질, 정겨운 우물터와 그늘 넓찍하고 커다란 밤나무가 변함없이 서있으며, 그 아래에서 동무들과 어울려 해가 지도록 뛰노는 예닐곱살 머스마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들려난다.

 

세월은 유수와 같다 했던가? 지나고 보니 이리도 빠른 것을. 정작 한 살 씩 나이 먹어가면서는 깨닫지 못했던 회한과 미련들이 마치 습격이라도 하는 것 마냥 이토록 절실하게 한꺼번에 밀려드니 야속하고도 한스러울 따름이다. 하지만 이만큼 살아온 연륜과 경험들이 쌓여 자녀들의 삶의 근원이 되었고, 그들의 살아가는 일에 밑거름이 되어주었으려니 하는 자위와 만족으로, 몰려드는 후회를 반 쯤이나마 갈무리하면서 남겨진 날의 소중함을 조용히 음미하는 아침이다.

 

인생은 짧다. 그리고 날들은 하루하루 잘도 간다. 한 번 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도 가는 길만 있지 되돌아오는 길은 없는 것이다. 인생은, 우리의 삶은 결코 왕복표를 발행하지 않는다. 다행히 우리에겐 아직 많은 날들이 남아 있다. 부지런히 일하는 꿀벌에겐 근심이 끼어들 틈이 없듯 부지런히 인생을 살다보면, 어느덧 우리에겐 온갖 고통과 번민과 슬픔이 사라질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불만족스럽다고 해도 그 순간은 되돌릴 수 없으니, 지금 이 시간을 후회 없이 아름답게 채워질 그런 삶을 살아야 하겠다. 길고 긴 여름이 어느덧 막을 닫는가 했던 찰나인데 기승을 부리던 더위가 한 풀 꺾인 걸 보면, 이렇게 순식간에 여름이 가고 가을의 문이 활짝 열리어지는 걸 보면, 마치 끊임없는 삶의 윤회의 단편처럼 계절은 어김 없이 우리에게 자연의 신비를 선물하고 있다는 걸 분명하게 알게 된다. 아침자락의 양식을 위해서 이정하 시인우리 사는 동안에를 읽다 보니 계절과 인생의 오묘하고도 신비로운 관계를 감동으로 대할 수 있어서 참 좋다.

 

사막에 사는 식물 중에 주홍길리아라는 것이 있다. 이 꽃은 싹을 뜯어 먹히거나 밟혔을 때 더 많은 씨앗과 꽃가루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이 꽃이 주로 자라는 아리조나사막지대가 사슴이 많은 곳이어서 사슴 이동시기가 오면 다른 꽃들은 다 밟혀버리고 말지만 주홍길리아는 탐지용 싹을 먼저 틔운다고 한다. 그래서 사슴이 그 싹을 뜯어 먹고 나면 그때야 제대로 된 싹을 틔운다고 한다.

 

모든 존재에게는 눈물겨운 생존의 방식이 있다. 정찰병 같은 싹을 희생시키고 제대로 피어나는 주홍길리아처럼 필자도 그런 희생을 딛고 여기까지 왔겠지 생각해 본다. 주홍길리아나 보리밟기같이 고통을 견뎌야만 아름다운 꽃과 튼실한 열매를 맺듯, 솎아주기, 가지치기는 일부를 희생해 더 큰 것을 얻는다. 고통은 짧지만 그 열매는 달고 효과는 평생을 간다고 하지 않던가?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마음을 흔드는 잡념들은 솎아주고, 나태함과 거짓 등을 신중하게 가지치기하여 산뜻한 얼굴로 이 가을을 살아가야겠다 생각해 본다.

 

마음은 원이로되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나이가 들다 보니 생각대로 몸이 잘 따라주지 않아 난감한 적이 꽤나 있다. 분명히 예전에는 잘 해내던 행동들조차 이제는 제대로 따라 하기가 버거울 때도 있어서 격세지감과 세월무상을 느끼는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대체 우리의 몸은 무엇일까? 몸은 바로 우리가 사는 집이다. 지식이나 영혼도, 건강한 몸 안에 있을 때 가치가 있다. 몸이 아프거나 무너지면 별 소용이 없다. 집이 망가지면 집은 곧바로 짐이 된다.

 

박완서 소설가는 노년에 이렇게 말했다. “젊었을 적의 내 몸은 나하고 가장 친하고, 만만한 벗이더니, 나이 들면서 차차 내 몸은, 나에게 삐치기 시작했고, 늘그막의 내 몸은, 내가 한 평생 모시고 길들여온, 나의 가장 무서운 상전이 되었다.” 정말 맞는 말이다. 몸만이 현재다. 생각은 과거와 미래를 왔다 갔다 한다. 하지만 몸은 늘 현재에 머문다. 현재의 몸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몸은, 늘 모든 것에 우선한다.

 

몸이 곧 자신이다. 몸을 돌보는 것은 자신을 위한 일인 동시에, 남을 위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몸을 관리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이어 주변에 민폐를 끼친다. 몸을 돌보면, 몸도 우리를 돌본다. 하지만 몸을 돌보지 않으면, 몸이 반란을 일으킨다. 필자는 젊은 시절 한 때 불사신이고 여기던 오만과 독선의 결과로 당뇨병을 얻었다. 그리고 그 지병이 평생을 따라다니며 필자를 조종한다. 벌써 20여년 이상 하루라도 복용하지 않으면 금세 수치가 솟아올라 할 수 없이 당뇨병 약을 달고 산다.

 

그럼에도 기왕지사 찾아온 그 병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평생 쉬지 않고 운동을 생활화 해왔다. 거의 매일 쉬지 않고 새벽 등산을 하고, 수시로 틈만 나면 각종 운동을 하곤 했다. 수년 전부터는 여건이 허락지 않고 힘에 부치기도 해서 정기적인 새벽 등산은 포기하고 대신 하루에 만보 이상 걷기의 습관으로 운동을 대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삼년 째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루에 만보 이상씩, 어느 날에는 2만보까지 걷고 있다. 스스로와의 약속이라 여겨 어떤 난관이나 방해가 있어도 반드시 목표치를 달성하고 하루를 마감한다. 매 달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한 달치씩의 당뇨약과 그에 따른 합병성 기저질환의 약을 동시에 처방받고 있는데, 주치의 선생님은 필자의 끈기와 몸관리에 혀를 내두른다. 그러면서 이렇게 오랜 기간을 당뇨약을 복용하는 환자 중에서는, 건강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에서는 가히 으뜸이라고 추켜세우곤 한다.

 

애초에 관리를 철저히 해서 이 지긋지긋한 질병에 걸리지 않았음이 최선이요 옳은 처세였다는 걸 아는 처지라, 누워서 침 뱉기이니 자랑질을 하자는 게 아니다. 누구에게나 다 자신만의 입장과 여건이 있다. 요는, 처해진 자신의 처지에 맞는 몸관리와 건강유지 비결에 최선을 다해서 착한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하자는 제언이다. 아울러 나태해지기 쉬운 필자의 마음가짐도 한 번 더 다지는 셈이기도 하다. 그래서 주어진 삶의 뒷자락을 충실하고 강건하게 살아내자는 필자의 인생철학이 담겨 있는 고백이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같은 하루를 보내면서도, 어떤 사람은 불행에 빠져 생활하고, 어떤 사람은 행복에 겨워 생활한다. 이유는 한 가지, 세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불행한 사람은 잃은 것을 센다. 이것도 잃고 저것도 잃었다고 센다. 그러나 잃은 것을 셀수록 감사함도 잃게 된다. 잃은 것을 셀수록 만족감도 잃게 된다. 잃은 것을 세는 만큼 행복이 비워진다.

 

그에 반해 행복한 사람은 얻은 것만 센다. 이것도 얻고 저것도 얻었다고 센다. 얻은 것을 셀수록 감사함도 얻게 된다. 얻은 것을 셀수록 만족감도 얻게 된다. 얻은 것을 세는 만큼 행복이 채워진다. 잃은 것은 빨리 잊어야 한다. 그것이 사랑이든 재물이든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든 말이다. 그런데 건강은 잃어버렸다고 잊어버리면 죽기밖에 더할까? 죽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란 말이다.

 

그 무엇으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게 우리네 건강 아닐까? 건강해야 사랑도 하는 거고, 건강해야 재물도 필요한 거고, 건강해야 시간도 필요한 거고, 건강해야 행복도 누릴 수 있는 거고 말이다. 고마워요 내 인생, 이만큼이나마 건강하게 살아줘서. 사랑해요 내 인생, 사랑이란 단어를 내 인생에 선물 해줘서. 오늘은 꼭 이 생각으로 하루를 잘 살아내야 될 것이다. 필자가 하루를 고향생각으로 시작해서 건강의 다짐으로 채워나가는 게 인생을 잘 살아내는 비결이라고 굳게 믿는 이유다.

 

 

 


원본 기사 보기: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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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9/01 [04:08]  최종편집: ⓒ 투데이리뷰 & 영광뉴스.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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