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전쟁
이번 7월 27일은 ‘6.25’로 촉발된 한국 전쟁이 휴전된 지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6.25 전쟁(六二五戰爭)은 1950년 6월 25일 오전 3시 30분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폭풍 작전’ 계획에 따라 38선 전역에 걸쳐 기습적으로 대한민국을 침공하면서 발발하였다.
비극적 참상의 6.25동란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연합군과 의료진을 비롯해 중화인민공화국과 소비에트 연방까지 참전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전쟁이었다. 세계적인 대규모 전쟁으로 비화되기 직전, 1953년 7월 27일 22시에 체결된 한국휴전협정에 따라 일단락되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교전 당사국이었으나 이승만 정부가 정전협정 자체에 끝까지 반대해 서명에 참여하지 않았다. 국제연합군 총사령관(클라크)과 북한군 최고사령관(김일성) 및 중공인민지원군 사령원(팽덕회) 사이에 체결한 총 63개 조로 된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은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 정전의 구체적인 조치, 군사정전위원회, 중립국감독위원회, 전쟁포로에 관한 조치 등이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그 후속조치로 1954년 제네바 정치회의가 결별된 이후 평화협정을 논의하기 위한 정치협상은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정전협정은 강력한 분단 체제로 장기간 경색되고 말았다.
●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첩첩산중
6.25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채 냉전과 적대의식이 점증하고 있다. 현재 한반도에는 불신과 적대의 기운이 가득하다. 유례없이 긴 휴전 상태에서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는 오랜 시간 대립과 긴장, 고통과 불안의 시간을 보내왔다.
고희의 70년째를 맞이하는 정전협정의 지향점은 최종적인 평화적 해결이 달성될 때까지 일체의 적대행위와 무력 사용을 정지함으로써 안정적 예측가능한 휴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먼저 평화협정이 공론화될수록 남남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평화협정의 예비단계 해당하는 ‘종전선언’을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서 ‘종전선언’은 전쟁 당사국 간에 전쟁상태가 완전히 종료됐음을 확인하는 공동의 의사표명이자 국제사회에 공표하는 행위로, 평화협상을 위한 전 단계다. 때문에 종전을 선언한다는 것은 기존의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평화협정으로 나아간다는 의미이다.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전까지는 전쟁 당사국간 공식적 외교 정상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평화협정’이란 전쟁을 치르며 군사적으로 첨예 대립하고 있는 양측이 전쟁을 종료하고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 맺는 협정을 말한다. 그러나 평화협정은 남·북 뿐만 아니라 6.25전쟁 참전국인 미국, 경우에 따라서는 유엔과도 논의해야 할 첩첩산중이다.
한국전쟁이 유엔군과 중화인민공화국의 참전으로 인해 국제전으로 비화했고, 정전협정도 국제서약 형태로 비준되었기에 정전협정 당사국인 북한, 중국, 유엔 연합군 및 한국 등 당사국의 동의가 있어야 필수적이다.
그러나 2018년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강조할수록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의 반발도 드세졌다. 대한민국에 종말을 고할 수 있는 자해적 행위이고 반헌법적 행태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나왔다. 그리고 정권교체 후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종전선언은 가짜평화’라는 프레임을 조성하여 전임 정부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각종 한미 성명과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서 평화협정이나 평화체제라는 단어는 자취를 감췄다.
△일체의 적대행위 중지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 △서해 해상 평화수역화 △교류협력과 접촉 왕래 활성화를 위한 군사적 보장대책 강구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 강구 등 5개 분야에 걸친 합의사항을 합의문에 담았다.
앞서 2018년 4월 27일 남과 북은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판문점 선언에서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완화와 전쟁위험 해소를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상대방에 대한 모든 적대행위 전면 중지,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 ▽서해 평화수역 조성으로 우발적 충돌 방지 대책 마련, 안전어로 보장 ▽국방부장관 회담 등 군사당국자회담 수시 개최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를 기반으로 2018년 9월 열린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평양선언문과 함께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군사합의서’를 채택했다. 합의문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각각 서명했다.
현 시점에서 우리가 할 일은 정전협정체제를 확고히 유지하면서 한·미가 상황을 공유하여 견고한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에 우리 정부도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과 관련한 다양한 논란과 고민들을 면밀히 검토한 후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 상호 신뢰 ‘북한 붕괴 환상’ 포기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다. 핵무기만 최소한 40개 이상 보유하고 단‧중‧장거리 미사일과 다탄두 미사일도 확보한 핵보유국이다. 이에 북한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포용해야 할 것이다. 특히 미국이 대북경제 제재와 압력을 가하면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는 환상을 포기해야 한다.
아울러 국제적 요인으로 북한의 주변 강대국들인 중국 시진핑 정부, 러시아 푸틴 정부 모두가 북한체제의 붕괴를 원하지 않고 있다. 특히 중국은 김정은 체제가 생존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바이든 미 행정부는 현재까지 일방적으로 북한에 조건 없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고만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과 진정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체제가 붕괴할 것이란 환상을 버려야 한다. 오히려 북한을 정상 국가로 변화를 유인하기 위한 장기적 목표를 설정하여 북핵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결단을 행동으로 보여주면서 북한의 변화를 촉진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한편, 북한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북한도 북미대화의 조건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라고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대미 적대적 언동과 군사적 적대행위를 삼가면서 북미 간 대화분위기가 조성에 성의를 보여야 한다.
향후 우리는 민간 차원의 다방면 남북 교류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의식구조를 변화시키는 데 크게 일조하면서, 완전한 시장경제 체제 도입의 촉진으로 북한 사회의 견고한 사회통제 시스템이 점진적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현재로선 한반도에서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요원해 보인다. 그럼에도 한반도에서 핵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한반도에서 낮은 단계의 무력충돌이라도 핵전쟁으로 진전 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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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선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