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익표 의원의 당선 ‘난제 산적’
더불어민주당은 추석 연휴 시작 전 지난 9월 26일 오후 국회에서 제21대 국회 4기 원내대표 보궐선거 의원총회를 열고 새 원내대표를 전격 선출했다. 우원식 의원의 불출마 속 홍익표‧김민석‧남인순 의원 3파전 구도로 치러진 선거에서 홍익표 의원은 1차 투표에서 재적 의원 과반(84표) 이상을 득표하지 못해, 이후 결선투표에서 남 의원을 제치고 당선됐다. 이번 출사표를 던진 의원들은 모두 친명계로 분류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원내지도부 공백기를 최소화하고자 지난 22일 5선 변재일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선거 일정을 확정했었다. 이날 홍 원내 대표 선출 일정은 속전속결로 진행돼 지난 21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로 박광온 원내지도부가 총사퇴한 지 닷새 만에 이뤄졌다. 이재명 대표의 국회 체포안 가결 이후, 당내 내홍 수습 및 민감한 대여 전략이 매우 시급한 국면이었기 때문이다.
홍 신임 원내대표는 당선 소감 발표를 통해 “민주당이 원팀이 팀이 돼서 이재명 대표와 함께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는 동력을 만들어 내겠다. 의사결정 과정은 민주적 다양성을 바탕으로 책임은 제가 제일 먼저 지겠다”라고 약속했다. 이어 “이재명 당대표가 건강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영장실질심사가 기각되기를 기원하면서 이후 상황도 의원들 한 분 한 분과 잘 상의하겠다”며 당내 엄숙한 분위기를 전한다. 이후 27일 이재명 당대표의 영장실질심사는 결국 기각되었다.
또한 홍 신임 원내대표는 “굉장히 당이 어려운 시기에 국가적으로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독선으로 인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국민의 삶이 어려운 환경이다. 우리 당 뿐 아니라 우리 사회 국가 전체가 매우 어렵고 혼란스런 시기에 빠져 있다”며, “당이 상당히 비상한 각오로 싸워나갈 준비도 하겠다”고 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5일 당 원내대표 선거를 하루 앞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많은 당원과 국민의 바람에 호응하여 이것을 공개 선언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대표 중심 총선, 즉 어떤 경우에도 총선을 앞두고 비대위는 없다는 것을 천명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럼에도 홍 원내 대표는 당내외로 국민과 당원의 바람대로 이런 절체절명의 대난제들을 일사천리 돌파 수습하기에는 매우 지루하고 험난한 국면을 거듭 맞을 것이다. 특히 당내의 역학구도는 내년 4월 총선과 밀접하게 이해득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윤석열 행정부의 검사정권 또한 사활을 걸고 각축전을 벌릴 것이 너무 자명하기 때문이다.
● 무소불위 ‘원내대표라는 직책’
원내대표라는 직책은 각 당 의원 중의 대표를 뜻한다. 국회법에 따라 지칭되는 공식 명칭은 대표의원이다. 원내대표는 당의 실질적 리더 역할을 수행한다. 입법사항과 관련하여 원내정당 간의 갈등이 심하면 국회의장의 중재 하에 원내대표들끼리 협의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또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성립되려면 교섭단체 원내대표들 간의 합의가 이뤄져야만 한다. 때문에 국회 내에서 교섭단체 원내대표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이와 함께 각 당의 원내대표들은 국회 상임위 중 국회운영위원회 위원으로 소속되는 게 일반적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당 소속 의원만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당의 원내대표는 국회법 39조 2항에 의해 당연직으로 운영위 위원이 되며, 그 이외는 관례에 의한다. 또, 국회운영위원장은 집권여당의 원내대표가 맡는 게 관례다. 아울러 교섭단체의 원내대표들은 정보위원회 위원 당연직으로도 겸임하게 된다.
엄밀히 따지면 원내대표라는 직책은 모든 의회에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 국회는 물론 서울특별시의회 같은 광역지방의회에도 각 당별 원내대표가 있고, 서초구의회, 세종시의회, 같은 기초지방의회에도 각 당별 원내대표가 있다.
일반적으로 당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각 당에 소속된 국회의원이 의원총회를 통해 선출하며 임기는 1년이다. 이번 박광온 원내대표의 사임으로 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내년 4월 총선의 선봉장역을 맡게 된다. 원내대표도 국민, 당원의 손으로 뽑자는 의견도 있기는 하나 애초에 원내대표라는 직책 자체가 의원들의 대표들이기 때문에 의원들의 손으로 뽑는 것이 관례적이다.
과거에는 원내총무라 하여 보스 중심의 카리스마식 정치가 존재하던 시기에는 의원들이 직접 선출하지 못하였고 당수가 임명하는 체제였다. 이 때문에 원내총무는 당수의 최측근 실세가 지명되는 경우가 잦았다. 김영삼의 최측근이었던 최형우와 김동영이 각각 통일민주당의 2대 원내총무와 민주자유당의 초대 원내총무를 지낸 것이 그 증거다.
● 홍 원내대표의 ‘가시밭길 시험대’
홍익표 의원의 ‘대여 첫 시험대’는 현재 공석사태로 있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후임 인선 절차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9월 24일 퇴임하고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 동의 절차가 미뤄지면서 30년 만에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25일부터 대법원장 권한대행 역할을 맡는 안철상 대법관은 국회에 조속한 후임 대법원장 임명을 요청하고 나섰다. 대법원장 권한대행 체제는 김덕주 전 대법원장이 투기성 부동산 논란으로 사퇴하고 최재호 대법관이 권한대행을 맡았던 1993년 9월 이후 30년 만이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인권과 소수자 보호의 최후 보루이자 입법부와 행정부를 견제하며, 재판과 법관의 독립을 지켜야 할 대법원의 수장으로서 자격 미달”이라 “국회의 임명동의안 부결을 촉구한다”는 여론이 임계점을 넘어선 형국이다.
이와 함께 신원식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오는 9월 27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10월 5일로 예정됐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는 이날까지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날짜를 정하지도 못했다. 이 3인의 후보에 민심의 향배는 불쾌지수가 급상승하고 있어 어떤 정치력을 보일지도 초미의 관심사이다.
이와 함께 약자 지원, 인구 위기 극복, 기업과 경제의 활력, 양질의 일자리 창출, 기후변화 대응 등에 어느 것 하나 낙제점에 머물러 있는 현 행정부의 대안 세력으로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다면 투쟁 일변도의 야당이라는 프레임에서 쉽게 탈출하지 못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친명계 의원들이 체포동의안 가결을 행사한 자당 의원들을 겨냥해 “제 나라를 팔아먹었듯, 같은 당 국회의원이 자기 당대표를 팔아먹었다”며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의 정적 제거, 야당 탄압의 공작에 놀아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해당행위”라고 강조한 대목을 주시할 때, ‘당내 통합 결속차원’이라며 선명치 못한 해법을 내놓으면, 홍 원내대표의 지도력은 심히 시험받을 것이다. 이제 이재명 대표의 기사회생과 함께 험난한 가시밭길 정국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극히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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